보이지는 않지만 아는것 : 기다림(신영복)
기다림(신영복)
기다림은 더 먼 곳을 바라보게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을 갖게 합니다.
찔레꽃잎 따먹으며
엄마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압니다.
지난 수요모임 때 목사님께서 소개해주신 신영복 시인의 기다림을 읽으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두가지 중에서 한가지 밖에 지금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점점 기억하는 것이 어려워서 노트하는 습관이 있는데... 문제는 노트한 것을 잘 정리하는 습관을 아직 들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낱장에 노트하지 말고 공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서 너무나 다행입니다.
언뜻 들었던 생각이 매우 중요했었던거 같은데... 생각이 도저히 나지 않으니...정말 중요한 생각이었나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생각나지 않을 이야기에 대한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기다림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제가 올 여름내내 키우고 먹었던 고추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린빌에서 가져온 말린 고추 한개를 올 봄 싹 틔어 올 여름 주변 지인들과도 나누며, 참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올 해 가장 먼저 열린 고추 한개는 가장 마지막에 수확하여 크기도 남달랐고 색깔도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물론 내년 봄을 기다리며, 고추 모종으로 싹 틔우기위해서지요.
첫 고추 꽃이 핀 후 수확하기까지의 기다림은 신윤복 시인의 시처럼 제게 빛나는 눈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수확 하기전까지의 기다림이 기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저 고추 하나에 들어있을 수많은 미래의 고추 모종과 열매들이겠죠.
보이지는 않지만 아는 것이지요....
하나님,
참으로 오래 저를 기다려주신 것 같습니다.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를 찾아 오는데 참으로 오래 걸렸습니다.
그 돌고 도는 길이 참으로 편하고 즐거워서 이런것이 지상에서의 천국이지라며 잘 누리느라 그랬던것 같습니다. 물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적도 있었는데 참으로 아팠고 상흔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요 모임을 통해서 그 돌부리였다고 생각했던것이 이제는 무엇인가를 위한 디딤돌이었다는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내가 원하던 것이든 원하지 않았던 것이든 주어진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이고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2018년 5월 쓴 첫 예수 동행일기부터 마지막으로 쓴 2019년 5월 일기의 제목들을 우리 가족이 지내온 삶의 여정들과 타임 라인을 그려서 함께 잠깐 돌아 보았습니다. 한달에 한번 쓴 일기도 있고, 비공개인 읽기들도 상당히 많이 있더군요. ㅎㅎ 나중에 비공개로 쓴 일기들은 왜 그랬는지 생각하면서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
저를 기다려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저의 이 마음은 또 언제까지 갈까 모르겠지만 하나님의 눈동자는 시처럼 저렇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지시고 지금까지 저를 기다리셨으리라 생각하니 어찌나 기쁜지 마음이 놓입니다. ㅎㅎ
그리고 저에게도 반짝이는 기다림의 눈동자를 갖고 다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목사님에게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불안이나 죄책감이 아니라 내가 더 중요한 가치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건 아닌지 포커스의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내가 너의 지경을 넓히시길 원하신다고. 예전에 목사님께서 설교해주셨던거 같은데. 지경을 넓히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고 그 지경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확장되는것이 아니라 내 발이 움직여서 간 곳이 지경이라고. 제대로 기억하고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수요 모임때 소개 해 주신 다른 자료도 떠오릅니다.
가장 먼 여행
The longest journey for anyone of us is from head to heart.
Another longest one is from the heart to feet.
목사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2020. 12. 21.